Musica Antiqua :: 2007. 1. 25. 11:29

음악을 듣는 행위는 음악에 대한 지식의 유무에 상관 없이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강렬한 메탈을 즐겨 듣고, 어떤 사람은 벨 앤 세바스찬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침울한 멜로디를 즐기고, 어떤 사람은 신나는 댄스 음악을 즐길 수 있죠. 클래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전문가가 아닌 이상 '좋다'고 느끼면 즐기는 것이 취미로써의 예술활동이니까요. 기껏해야 취미 이상은 가기 힘든 경력을 지닌 제가 이런 페이퍼를 쓰는 것도, 클래식을 '탐구한다'기 보다는 '즐기기' 때문입니다. 어떤 천재는 자신이 즐기는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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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어떤 분들은 음악을 이런 식으로 표현해본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 자신도 고등학생 시절에 수업은 안 듣고 좋아하는 음악을 점과 선과 면으로 그려본 적이 있으니까요(그 때 칸딘스키라는 사람은 저에게 그저 미술 교과서에 실린, 이름만 기억나는 인간이었습니다). 칸딘스키와 저의 차이점은, 제가 미술에는 영 젬병이었다는 정도일까요. 저 같이 평범한 인간도 칸딘스키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음악은 어려운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물론 대위법이니 뭐니 하면서 어렵게 들어가면 한없이 어렵겠지만요.
 
역시 문제는 이 부분이겠군요. 클래식 음악을 그저 즐기느냐, 아니면 공부하느냐. 솔직히 말해서, 저는 10년 이상 클래식을 들으면서 학생으로서는 과할지도 모르는 돈을 투자하면서 CD를 사 모았지만, 음악에 대해 심층적인 이해를 지닌 인간은 아닙니다. 그저 들으면서 즐겼을 뿐이지요. 음악 전문 잡지 같은 곳에 어려운 얘기가 나오면 솔직히 못 알아먹겠는 부분이 반은 넘습니다. 제가 가진 지식이래봐야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배운 대위법이나 소나타 정도일까요? 웬만한 예고생들보다 많은 음반을 들어봤겠지만 음악적 지식은 그들보다 훨씬 뒤쳐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음악은 '즐기는' 겁니다. 그 이상으로 '공부하고 싶다'면, 그건 알아서 선택할 문제입니다. 클래식 음악은 폼 잡고 어려운 말 써가면서 들어야 하는 게 아니고, 그저 다른 장르처럼 듣고 싶다면 듣고 싫으면 안 들어도 되는 그런 장르라는 거죠. 제가 전공자도 아니고 깊은 공부를 한 것도 아닌 이상, 저는 그간 들어온 CD들과 연주자들에 대한 얘기를 중심으로 이 페이퍼를 풀어나갈 겁니다. 공부를 제대로 했든 안 했든, 저는 음악을 즐기는 '음악인'이니까요. 공부를 더 하고 안 하고의 문제는 그 너머의 일이겠죠.
 
'즐긴다'는 것은 지금 저처럼 맥주 한 잔 걸치고 와서도 음악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는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지금, 칸딘스키의 교향곡이 귓전을 울리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