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무채 :: 2009. 10. 28. 23:15



한숨의 영역: Zeiss Ikon Limited + C Sonnar 50mm _ Rollei Retro 100 / 서울시 중구 명동, 2009



딱히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에 당신과 나는 사람 많은 거리를 거닐었다. 우리는 갈 곳을 정하지 않은 채로 그냥 걸었고, 딱히 갈만한 곳을 알지도 못했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할까, 마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지나쳐버리듯, 우리는 서로의 말에 침침한 가로등 불빛조차 쬐어주지 않았다. 큰길에서 태양이 한움큼쯤 물러난 만큼 들어앉은 어느 중국집 앞에서, 나는 나와 당신과 어쩌면 또다른 많은 사람들이 어쩔줄 몰라하며 내쉬는 아마도 회색일 그런 한줌밖에 안되는 한숨과 마주보며 무덤덤한 어조로 역시나 채도가 없을 말을 뇌까렸다. 저 새도 날고 싶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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