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푸른 울림 :: 2009. 1. 24. 21:35



Blue: Bessa R2A + Color-Skopar 21mm - Agfa Vista 100 / 남지나해, 2007



잔디밭에 누워 눈이 아리도록 시린 하늘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그 희부윰했던 하늘과 바다와 사방 어디나가 모두 어쨌거나 푸르렀던 그 색깔과 약간은 어설펐던 진동 위의 부유감이었다. 빛이 베일처럼 어둠을 가리어 덮는 모습에서 나는 지구의 심장이 푸르게 뛰는 것을 느꼈고 구름은 나를 뒤로하고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빠르게 그것들과 작별하고 있었다.

잎을 다 떨군 나무가 조용히 선 비탈을 오르고 누렇게 뜬 억새들을 스쳐 투명하게 얼어붙은 계곡을 지나 내려오는 동안에도 하늘은 흐릿하게나마 어쨌거나 푸른 색이었다. 잔디밭에 누워 눈이 아리도록 시린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나와 우리들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었고 항아의 통탕거리던 심장소리를 떠올렸고 푸르게 울리던 지구의 심장소리를 다시 한 번 느꼈다. 수줍은듯 바다와 한 색으로 섞여들던 그 말간 하늘빛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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