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청량 :: 2009. 2. 21. 01:37



Lomo LC-A - Kodak B&W / 선유도공원, 2006.


오늘 아침 불었던 바람은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았지만 돌아버릴 것처럼 더웠던 그 여름에 마주친 숲가의 바람처럼 시원했다. 굳이 오랜만에 비가 내렸기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미친듯 불어와 우리를 밀어내고 우산과 간판과 박스와 또 그런 것들을 시원스레 날려보냈기 때문이다. 조곤조곤한 아침나절의 새소리도 들을 수 없었고 다른 때처럼 가만가만 어루만져주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와아아 하는 함성으로 신나게 달리는 듯한 그 모습에 나조차도 상쾌했다. 새벽달을 가리는 짙은 구름들이 사위를 에워싸 마치 큰 구름벽 방에 들어있는 것 같았던 어둑어둑한 아침에, 그래서 나는 바람에 밀려 방 밖으로 내동댕이쳐지고 싶은 생각마저도 슬며시 들었던 것이다.

- 2009. 0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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