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연주와 감상 :: 2007. 1. 28. 17:09

오랜만에 다시 찾아뵙게 되는군요.

사실 몇 주 동안 계속 아팠습니다. 물론 컴퓨터야 거의 하루종일 했습니다만-엄마처럼 '컴퓨터하니까 아프지'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뭔가 생각을 정리해서 그것을 글로 풀어낼 만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감기보다도 감기 기운, 몸살보다도 몸살 기운이 더 무서운 것 같군요. 몇 주 동안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하면 대강 변명이 될까요? 쓰다 만 리뷰를 마저 쓰고 싶긴 하지만, 아직까지 정신이 없기도 하고, 다시 리뷰를 발행하기에 앞서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습니다. 제목에 밝힌 바와 같이, '연주와 감상'에 관한 겁니다.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을 아주 단순하게, 물리적으로만 나눈다면 '연주'와 '감상'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물론 연주는 직접 악기를 다루는 활동이고, 감상은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듣는 것과 이에 대해 비평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활동입니다. 연주는 직접적이고, 감상은 간접적인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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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한 접근을 굳이 연주와 감상으로 나눈 이유는, 연주활동은 다른 모든 기술과 마찬가지로 익히기 어렵고, 오랜 기간의 수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감상 내지는 비평 역시 그러한 수련이 필요하다고 여기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연주는 육체적인 수련을 동반하기 때문에 재능과 노력, 그리고 한계가 확실한 반면, 감상은 정신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꾸준히 듣기만 하더라도 내공이 쌓이게 되죠.

고난도의 기술이라는 연주의 측면 때문에, 그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은 소설가나 시인과 마찬가지로 존경을 받게 됩니다. 그들이 그런 연주를 하기까지 엄청난 노력과 가끔씩은 고난과 시련이, 그리고 노력의 뒤에 숨은 재능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고만고만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프로 예술가들은 확실히 존경할 만한 대상입니다. 그리고 비평은, 그런 사람들을 감히 개인적인 잣대로 평가하고, 비판하며, 때론 비난하기까지 하는 작업이지요.

그래서 비평은 칭찬받기는 어렵고 욕 먹기는 쉬운 작업입니다. 더구나 수많은 팬들을 거느린 연주자들의 음반에 대한 비판은 위험부담이 크죠. 거기에 더해 제 글은 독선적이고 뾰족하기까지 해서, 가끔씩 읽기에 불편하다는 말도 듣곤 합니다. 제 비평에 대한 비평은 그다지 좋지 못한 것이더군요. 두가지 접근 방식 중, 감상에 대한 저의 접근은 그다지 환영받을 만한 것이 아닙니다.

글의 앞머리에서 굳이 무리한 방법으로 접근 방식을 두 가지로 나눈 것은, 제가 쓰는 리뷰에 대한 구차한 변명을 위해서입니다. 저는 분명 연주에 있어서는 거의 기초적인 지식밖에 알지 못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라면 쉬운 곡밖에 치지 못합니다. 한마디로 다들 하는만큼밖에 못한다는 얘깁니다. 어쩌다 관심이 있다보니 감상하는 쪽으로 나가게 된 것 뿐이죠. 간단히 말하자면, 제게 연주의 기술이 없기 때문에, 저 역시 프로 연주자들을 존경합니다. 게다가 첼로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연주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서 완성되는 것인지를 아주 조금이나마 체험하고 있기 때문에-피아노는 워낙 어릴 때 배워서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죠-, 연주자들에 대한 존경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쉬운 곡이라도 어렵게 완성되는만큼, 연주자들의 피땀어린 결과물은 결코 함부로 비난당해서는 안되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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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이 무언가를 좀 알게 되면 아는 척을 하고 싶어지고, 아주 약간의 지식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다 아는 양 떠들고 싶어지는가 봅니다. 제 경우가 딱 그렇거든요. 음악에 대해 체계적이고 수준높은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좋은 연주에 대한 개념도 잡혀있지 않은 제가 '감히'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음반에 칼을 대고 있는 겁니다. 좋게 말하면 관심이 많은 거겠지만, 사실은 치기어린, 그리고 무지한 짓거리밖에는 안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느낌만을 바탕으로 주제넘는 글을 쓰게 되고, 당연히 뾰족한 글이 나올 수 밖에요. 사실 비평이라고 하기에도 한참 모자라는 글이고, 비평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비평에 대한 모독이 될 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직 연주와 감상의 경계를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주라는 기술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서 만들어지는 것인지 인식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연주자들을 존경하고, 그들의 연주를 존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는 것 없이 '감히' 그들의 연주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자연스레 형성되는 기대치 때문입니다. '이 사람이라면 이 정도 해줄텐데'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보니, 어떤 음반에서는 만족하지만, 어떤 음반에서는 만족하지 못할 때가 있는 거고, 또 그러한 감정을 글로 옮기게 되는 겁니다. 랑랑의 엄청난 연주를 들으면서도 '아무래도 힘과 감정이 과잉된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기대하는 연주에 대해 그 정도의 표현은 가능하고, 또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제가 연주와 감상에 대한 무지에도 불구하고 페이퍼를 발행하는 이유는, 처음에 밝혔듯이, 음악을 즐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어찌되었든, 미약하긴 하지만 이러한 활동들이 모여 문화의 기저부를 형성하는 것이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예술에 한쪽 발을 담그고 있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니까요.

오랜만에, 그것도 갑자기 다른 주제로 글을 쓰려니 잘 안되는군요. 그래서 횡설수설에 중언부언이 됐고, 마지막 1/3은 오류가 나서 다 날려버렸습니다. 제가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이런 식으로라도 연주와 감상에 대한 제 태도를 정리해 보고 싶었습니다. 다음 호부터는 다시 리뷰로 돌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