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D760 -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 :: 2007. 4. 11. 14:43





 


(음원은 1963년 연주 - 1970년 발매된 Angel 레이블 LP)





슈베르트가 25세 때인 1822년 작곡되어

엠마누엘 카를 폰 리벤베르크 공에게 헌정된 4악장 형식의 소나타입니다.

슈베르트가 이전에 작곡하고 게오르크 필립 슈미트가 가사를 붙였던

가곡 '방랑자(Wanderer, D493)'의 선율을 2악장에서 사용했기 때문에

'방랑자 환상곡'이라는 별명이 붙었지요.



형식적으로는 4악장이지만, 사실상 하나의 모티브로 4악장 전체가 관통되는

단일악장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후대의 작곡가들, 특히 리스트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는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보면 잘 드러납니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독주곡들은 기교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고

주로 꿈꾸는 듯한 낭만적인 선율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 곡에서만큼은 예외적으로 비르투오소적인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초반의 경쾌한 진행으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곡 전체가 가볍게 흘러가버릴 수 있지만

사실 이 곡은 짧은 생애 내내 쓸쓸했던, 슈베르트의 인생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는

고독한 분위기에서 연주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리히터는 그러한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지요.

음원은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함께 한 드보르작의 피아노 협주곡 음반(EMI)입니다.



왠지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春來不似春) 계절, 아주 잠시만 슈베르트에 빠져

방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렇다고 수업/직장을 빼먹고 꽃구경 가시라는 의미는 아닙니다)